22.06.10
최근 자기암시를 시작했다. 그 뒤로 부정적인 감정이 줄어드는 효과를 얻었다. 물론 예민함이라던가, 짜증 등이 아예 없진 않았지만, 금방 안정을 찾았다. 그러나 오늘, 오랜만에 긴 우울감을 느끼고 있다. 곰곰히 생각해보자.
첫째, 이번달 매출 부진이 심각하다.
역대 최악의 한 달을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전쟁, 고유가, 물류대란, 미국 연준의 금리 상승 압박 등 투자 심리가 매우 냉랭한건 맞지만, 투자와는 우리는 약간 결이 다르다고 생각했기에 괜찮을 것으로 봤었다.
하필 당월에 지출할 곳도 많고 종소세도 많이 내야하는 상황이라 압박이 만만찮다.
둘째, PT 계약이 끝났다.
수입이 줄어든 차에, 가뭄의 단비와 같았다. 1월 락다운, 4월 귀국 등으로 PT 횟수는 아직 남았다. 하지만 이것도 불과 10회, 3주 남짓이다. 이 말은 즉슨, 태미와 대화할 기간도 얼마 안남았단 뜻이다. 영어로 편히 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없어진다. 생각해보면 태미와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곳에서 집주인 형님과 함께 유이하게 나의 병을 알고 있는 사람이며, 나의 예민함, 짜증, 꾸미지 않은 모습 등을 제일 많이 본 사람이기도 하다.
그녀와의 관계는 Client - Trainer 그 이상이었던 것 같다. 이런 관계는 계약 기간 중이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계약 연장의 기로에 있을 때 문제가 된다. 연장을 안하겠단 말이 쉽사리 나오지 않았다. 아쉬움과 미안함 때문일테다. 그녀의 보스인 잭에게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을 뻔히 알고 있다. 그러나 내가 여유롭지 못한 것 어쩌겠는가.
Goodlife의 PT 계약 옵션은 6개월/12개월 이렇게 두가지이다. 이를 이용해서 거절을 조심스레 했다. '6개월 뒤 나는 어디에 있을지 모른다.' '노바스코샤에 갈 가능성이 크다.' 라고. 여기서 세번째 생각이 이어진다.
셋째, 나의 작별을 망각하고 있었다.
이 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특성상, 작별이 빠를 수 밖에 없다. 다들 유학생이고, 어학원의 유학기간은 매우 짧으며, 진로도 제각각이다. 나는 지난 반년 간 많은 작별을 했다. 여기서 처음 사귄 친구 슌도 이번 주에 떠났다. 계속해서 떠나보내기만 했기에 늘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나보다. 나도 모르게 '오래 안 갈 친구들'이라고 머리 속에 분류하고 있었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나도 곧 떠난다. 학교 6개월 과정이 끝나면 그 기간만큼 워킹비자가 발급되면서 노바스코샤로 이사갈 계획이었는데, 생각 외로 대학시험에 합격해서 생각 외로 빨리 과정이 시작된게 계획과 다르다면 다른 것이다.
그냥, 가기 싫다. 방법이 없을까. 내 전공을 살려 이 곳에서 취업을 하면 될까?
헤어지기 싫다. 유리-현우 부부, 지혜, 도연, 노크, 리나, 히카루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