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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마주할 용기

Gull N S 2022. 10. 5. 03:07

 중2병이 한창이던 시절일테다. 하루는 학원에서 사자성어 쪽지시험을 봤다. 쪽지시험 그 자체 점수 외에는 어떠한 대가도 없었다. 대부분을 써내었지만, 다 쓸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게 기분이 나빴는지, 시험지의 모든 답을 지웠다. 수업이 끝나고 교무실에 불려가 잔소리를 들었던 적이 있었다. 나는 당시 왜 혼났는지 알 수 없었다. 100점이 아니면, 1등이 아니면 인정해 주지 않는 세상을 탓하며 흘려들었다. 왜 잘못된 행동이었는지 깨닫는데에는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바둑 용어 중 복기(復棋)라는 단어가 있다. 한 번 둔 바둑 판국을 다시 처음부터 놓으며 비평하는 것이다. 본인의 승패와는 무관하게. 그 대국에서 이겼다면, 복기 과정이 즐겁겠지만, 패배했다면, 매우 고통스러운 시간일 것이다. 그렇다. 내 인생에서 복기 과정은 없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고통스러운 복기를 피하기 위해 대국을 않고 도망간 것이다. 그토록 원하던 1등은 복기 과정없이 올 수 없는데도 말이다.

 

 최근 잇따른 실패로 인해 매우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문제는 반복된 잘못이란 것이다. 실수가 반복되면 실력이란 말처럼 내 실력이 되어가고만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진정한 복기는 없었다. 어린시절 악습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복기는 차라리 어린 시절이 쉬웠다. 정답이 있는 문제와, 모르면 설명해 줄 해설지, 그리고 선생님까지. 지금은 정답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문제와 누구도 설명해주지 않고, 선생님이 누군지도 모르는 세상에 던져져 있다. 나이와 함께 생긴 쓸데없는 자존심이란 덤 때문에, 복기는 더욱 고통스럽다.

 

 

 

나에게 용기를 줘

고통스럽더라도

진실을 마주할 수 있는

그 힘을 내게 줘

 

Dear Genovese ,  N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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